Chiaroscuro - Ralph Towner / Paolo Fresu (2009, ECM)
팻 메스니(Pat Metheny)는 들을 만큼 들어서 사실 언제부터인가 다소 둔감해진 것이 사실이다. 처음 한창 팻의 음악을 즐겼을 때의 짜릿짜릿함에 비하면 말이다. 다른 신선한 기타리스트가 없을까하고 찾던 중에 랄프 타우너(Ralph Towner)를 듣게 되었다. 'Blue Sun'이라는 앨범이었는데, 팻 메스니 이후 내가 좋아할 기타리스트는 랄프 타우너이겠다고 직감하게 되었다.
랄프 타우너가 2009년에 발표한 앨범 'Chiaroscuro'은 이탈리아의 트럼펫 주자인 파올로 프레주(Paolo Fresu)와의 듀엣 작품이다. 기타와 트럼펫의 조합은 정말 보기 쉽지 않다. 이 앨범에는 랄프 타우너의 신곡과 구곡, 그리고 듀오의 즉흥곡, 그리고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의 'Kind of Blue'에 수록되어 있는 'Blue in Green'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앨범이 녹음된 것은 지난 가을 Udine에서였지만 타우너와 프레주의 스토리는 15년전 Sardinia의 한 페스티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타우너는 지역 앙상블에 작곡을 해 주었는데 파올로 프레주가 바로 트럼펫주자였던 것이다. 랄프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파올로를 전혀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가 첫 소절을 연주하던 순간에 나는 생각했죠. '아 멜로디를 진짜 이해하는 친구로구나'라고 말이에요. 그리고 언젠가는 꼭 한번 함께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그날 밤 연주했던 'Punta Giara'가 새롭게 편곡되어 이 앨범에도 수록되어 있다. 그 밖에 기타와 트럼펫의 강한 대조가 인상적인 타이틀 트랙 'Chiaroscuro', 그윽한 분위기의 “Sacred Place”, “Doubled Up” 등이 이 앨범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곡들이가. 랄프 타우너의 예전 ECM 앨범에서도 두 곡이 재해석되었다. 'Wistful Thinking'은 1992년 'Open Letter' 앨범에서 솔로로 연주되었던 곡이고, 'Zephyr'는 1987년 오레곤(Oregon)으로 발매한 'Ecotopia'의 수록곡이다.
'Kind of Blue'의 명곡 'Blue in Green'을 놓고 랄프 타우너는 "나는 늘 그 곡을 트럼펫과 함께 연주해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파올로 프레주의 바이브레이션 없는 깨끗한 사운드는 다름 아닌 바로 마일즈 데이비스에 빚진 것이다. 프레주는 늘 솔직하게 자신이 마일즈 데이비스의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하고 있다. 다른 많은 뮤지션들과 마찬가지로, 랄프 타우너에게도 'Kind of Blue'는 자신의 음악세계에 획을 긋는 레코딩이었다. "전체적으로 놀라운 앙상블이었지만, 특히 마일즈와 빌 에반스(Bill Evans)의 호흡은 최고였다. 그 둘은 내가 언제나 가장 좋아하는 임프로바이징의 멘토들이다"라고 고백한다. 앨범의 마지막은 'Two Miniatures', 'Postlude' 등 두 곡의 즉흥곡이 장식하고 있다.
트럼펫과 프루겔혼을 연주하는 파올로 프레주는 이 앨범을 통해 제대로 접해 보게 되었는데, 랄프 타우너의 맑은 기타톤도 여전히 좋지만, 파올로의 트럼펫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별 다섯개를 주고 싶은 정말 근래 들어 가장 좋게 들었던 ECM의 앨범이다.
라인업
Ralph Towner: Classical, Baritone and 12-string Guitars
Paolo Fresu: Trumpet and Flugelhorn
트랙
01. Wistful Thinking (4:19)
02. Punta Giara (6:21)
03. Chiaroscuro (6:31)
04. Sacred Place (4:13)
05. Blue In Green (5:45)
06. Doubled Up (4:56)
07. Zephyr (7:29)
08. The Sacred Place (Reprise)
09. Two Miniatures (2:38)
10. Postlude (2:31)
파올로 프레주의 프루겔혼 연주가 특히 좋은 타이틀곡 Chiaroscuro를 들어보자.